본문 바로가기
제로웨이스트여행

여행지에서 만나는 친환경 커뮤니티 체험

by richmond-1 2025. 4. 25.

여행, 사람과 환경을 만나는 새로운 방법

기존의 여행이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오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그 개념이 변하고 있다. 여행자들은 이제 여행지에서의 의미 있는 경험을 원하고, 그 경험 속에서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까지 배워가고자 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친환경 커뮤니티 체험 여행이다.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쓰레기를 줄이는 마을, 태양광으로 전력을 자급자족하는 공동체 등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티가 세계 곳곳에서 친환경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여행자는 이곳을 단순히 방문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일상을 체험하고, 직접 작은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단순한 관광이 아닌 삶을 공유하는 여행을 하게 된다. 이 글에서는 내가 직접 경험했던 세계의 대표적인 친환경 커뮤니티 체험 사례를 중심으로, 여행이 삶과 환경을 잇는 가교가 되는 과정을 나눠보려 한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친환경 커뮤니티 체험

1. 태국 치앙마이의 퍼마컬처 마을 방문기

태국 북부 치앙마이는 도시 자체도 느긋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로 유명하지만, 그 외곽에는 퍼마컬처(Permaculture) 개념을 실천하는 공동체가 여럿 있다. 나는 그중 ‘EARTHSHIP’이라는 친환경 자립 마을에 머무르며 일주일간의 체험을 했다.

이 커뮤니티는 전기와 물을 자체적으로 자급하고, 식사는 모두 유기농 작물로 준비되며, 플라스틱 사용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었다. 아침에는 정원 가꾸기, 점심에는 공동 식사 준비, 오후에는 흙집 만들기나 대나무 건축 워크숍 등 다양한 활동이 진행됐다.

치앙마이 친환경 커뮤니티 체험은 단순히 ‘환경 보호’라는 구호보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일상적인 감각을 몸으로 느끼게 해 주었다. 여행자들은 자원봉사와 체험의 형태로 참여하고,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지역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다.

2. 일본 후쿠오카의 도시 속 제로 웨이스트 카페

도시 속에서도 작은 친환경 커뮤니티는 존재한다. 일본 후쿠오카에 위치한 ‘카페 아미카(Café Amica)’는 단순한 카페가 아닌, 제로 웨이스트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복합 문화 공간이었다.

이곳은 커피 원두부터 생활 잡화까지 모두 포장재 없는 제품만 사용하며, 고객들이 직접 다회용 용기를 가져오거나 빌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매주 열리는 커뮤니티 워크숍에서는 비누 만들기, 에코백 재봉, 퇴비 만들기 등의 활동이 진행됐고, 지역 주민과 여행자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있었다.

일본 친환경 커뮤니티 공간에서의 경험은 단지 음료를 마시고 떠나는 방문이 아니라, 도심 한가운데서 ‘지속 가능성’이라는 가치를 나누는 실질적인 만남의 장이었다. 그 작은 공간이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있었다.

3. 포르투갈의 에코빌리지 ‘탈데라’의 공동체 삶

포르투갈 중부 산악지대에 위치한 탈데라(Tamera)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에코빌리지 중 하나로, ‘평화와 생태’를 중심 가치로 삼는 공동체다. 나는 이곳에서 2주간의 ‘에코투어 & 생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탈 데라는 자체 태양광 시스템, 음식물 퇴비화, 비건 식단, 자연농법 텃밭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하루의 대부분을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며 보낸다. 새벽에는 명상, 오전에는 땅을 가꾸고, 오후에는 교육 세션이나 토론에 참여하는 구조다.

에코빌리지 여행 체험을 통해 나는 그 어떤 화려한 관광지보다 더 강한 인상을 받았다. 이곳 사람들은 자연과 대립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는 철학을 실천하고 있었고, 여행자는 그 중심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4. 제주도의 로컬 친환경 농장 봉사 체험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충분히 체험할 수 있는 친환경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특히 제주도에는 로컬 중심의 친환경 농장, 제로웨이스트 게스트하우스, 공유 농업 프로젝트 등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나는 서귀포에 위치한 소규모 유기농 농장에서 ‘WWOOF 코리아’를 통해 5일간의 체험을 했다. 농약을 쓰지 않고 직접 작물을 기르고, 수확한 채소로 비건 식사를 함께 준비하며, 농장 내 퇴비장을 관리하는 일이 주된 일정이었다.

이런 국내 친환경 여행 커뮤니티 체험은 여행과 봉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특히 로컬 생산자와 직접 대화하면서 지속 가능성과 식문화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짧지만 강렬한 배움의 시간이 됐다.

5. 커뮤니티 체험이 주는 진짜 여행의 의미

친환경 커뮤니티 체험을 통해 얻는 가장 큰 가치는, 여행을 통해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보고, 함께 만들고, 함께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여행자는 진짜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지속 가능한 여행 체험은 단순히 ‘환경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 나의 삶을 돌아보게 만들고, 일상의 소비 방식이나 생활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된다. 여행 후에도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지역 상점을 이용하며, 쓰레기를 줄이려는 실천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결국, 이런 체험은 여행 그 자체를 ‘삶의 전환점’으로 만든다. 더 나은 세상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이렇게 작은 커뮤니티와 여행자의 실천에서 시작된다.